정말 요즘 여기저기서 난리다. 국내 기업들은 개발자 찾기에 안달이 나 있다.
개발자 어디 없냐는 얘기가 한두군데서 들리는게 아니다. 정말 개발자가 줄어든 것인가?
그들이 왜 줄어들 수 밖에 없는지를 하나씩 짚어보자.
1. 학부제의 명암.
90년대 말부터 대학에 학부제라는 정책이 생겼다. 이전에는 학과가 학교를 지원할때 정하는 식이었는데 학부제가 신설된 이후에는 학과를 정할 필요가 없고, 학부 ( ex.공학부 혹은 인문학부 ) 로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학교마다 조금씩 제도가 다르지만 보통은 1학년을 공통수업들을 들으며 각 학과를 고루 배울 시간이 주어지고, 이후( 2학년) 에 자신이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학과 선택에 학생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학생의 선택에 의해 학과가 결정되니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이나 분명히 문제점도 있었다. 부익부 빈익빈. 인기있는 학과에는 학생이 몰리고, 인기가 없는 학과에는 학생이 사라지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학과가 공학부에서는 인기가 많았을까? 전자과 기계과 등이다. 어떤 학과가 인기가 없었을까? 전산과이다.
전산과를 학생들이 기피하는 첫번째 이유는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장벽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번도 배워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분명히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더군다나 K모대, S모대 같이 정보 경시대회 출신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대학의 경우. 1~2학년때 프로그래밍 언어의 실력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그건 당연하다. 정보 경시대회를 거쳤던 친구들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빠르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했던 친구들이다. 그렇게 헤메는 상황에서 다른 과 ( 전자과, 기계과 ) 등은 기존에 배우던 학문(물리,수학)등이 더 심화되어 진입장벽이 전산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 있다. 사실 쉬운 과목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 어려운 학문이다. 어쨌든 진로를 선택하는 1~2학년때의 전산과의 첫인상은 좋을 수가 없다.
학생들이 전산과를 기피하는 두번째 이유는 처우문제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다. 2000년대초 닷컴 버블이 커지던 시절 수많은 개발자가 양산되었는데 버블이 꺼지면서 그들이 할 일이 갑자기 없어지고, 시장에 개발자가 많다보니 대우는 점점 안 좋아지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 자체는 거의 말라가니 고급기술은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까지 될 것 같으니 이쯤해두자. 짧게 줄이면, 개발자를 지망하면 대우를 못 받는 다는 의식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에도 전산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깔려있었고, 필자도 주변에서 왜 좋은 전공 두고 IT 를 선택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 결과는 아래 그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출처 조선Biz : SW 학과 서울대, 카이스트 정원 미달 >
줄여 말하면, 학과 단위로 학생을 선발했을때는 전산과에 일정한 수의 정원이 보장이 되었었는데, 학부제로 바뀌면서 전산과 정원도 보장이 안되게 되었다.
2. 법학 / 의학전문대학원 신설되다.
전산과를 지망하는 학생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전산과에서 졸업을 하더라도 개발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전산과 졸업생에게 자연스럽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로스쿨(2009년시작)과 의학전문대학원(2005년시작).
이 제도는 학부 졸업생이어야만 지원이 가능했기에 진로에 고민이 많았던 전산과 학생에게는 좋은 옵션이었다. 실제로 주변에 많은 선후배동기들이 법학, 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떠나갔다.
3.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인력쟁탈에 참가하다.
정말 뛰어난 인력들은 해외에서도 알아보고 데려간다. 급여나 근무환경이 한국과 천지차이인 상태에서 한국 기업을 선택할만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인재들에게 침투하는 방법 중에 인상적인 것을 꼽아보자면, 1)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2) 오픈소스 커뮤니티 일 것이다.
3-1) 프로그래밍 대회
전산과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는 35년 전통의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ACM International Collegiate Programming Contest)이다. 이 대회의 경우 지역 예선에서 1~3등의 성적을 거둔 팀이 세계 결선에 진출하게 되는데 세계 결선에 진출하는 순간부터 글로벌 기업의 레이더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Google 은 2005년도에 세계결선에 진출했던 전원 ( 약 60여팀 300~400명정도 인원 )을 미국에 있는 구글 본사에 초청했다. 물론 의무사항은 전혀 없고 항공비, 숙식비를 모두 제공했다. 이런 훌륭한(?) 전통은 1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는데 프로그래밍 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IBM 의 견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IBM 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2006년에도 다른 형태로 세계 대회 진출자들에게 지원을 진행했다. ( 2007년도 이후는 잘 모르겠다. )
이 사건 이후 IBM 의 견제에 기분이 나빠진 Google 은 Google Code Jam 이라는 대회를 2003년부터 매년 직접 개최하여 전세계적으로 실력있는 개발자들을 구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Facebook 의 전 CTO 이자 Quora 의 Founder 로 있는 Adam D’Angelo 가 프로그래밍 대회 사이트인 topcoder 에서 활동을 하는 등 프로그래밍 대회에 많은 관심이 있었고, Facebook 도 이 흐름에 동참하여 Hacker Cup 이라는 대회를 시작했다. (여담인데, Adam D’Angelo 의 Topcoder 점수는 2351 로 상당히 높은 점수이다. 페이스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2005년도 이후에 점수 갱신 기록은 없다. ) Adam D’Angelo 의 프로그래밍 대회에 대한 생각은 Topcoder 와의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했던 대회가 인연이 되어 구글본사(혹은 구글 코리아)에 졸업후에 바로 입사한 엔지니어들이 여럿 된다. ( 사연보기1, 사연보기2 )
3-2. 오픈 소스 커뮤니티
오픈 소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발자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인터넷에 자연스럽게 올리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오픈 소스 커미터(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에 대한 표현) 들은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매우 좋아한다. 얼마전에 트위터 본사에 입사한 한국분도 netty 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커미터였다.
뿐만 아니다. 최근 본사가 미국에 위치한 몇 몇 기업(fancy닷컴 등)들은 아예 한국인 엔지니어에게 재택근무를 제안(회사내에서 한국 엔지니어에 대한 인상이 좋다고 한다. ) 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해외에 이민가서 산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일 수 있는데 아예 재택근무와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니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 또한, 얼마전에도 뉴욕에서 활동하는 정세주님이 대표로 계시는 Noom 에서도 한국 개발자를 직접 채용했었다.
4. 결론 : 1 + 2 + 3 이 동시에!
한국에서 우수한 개발자가 줄어들 요소를 하나씩 써봤는데 무려 3가지나 됐고, 이것이 2000년대에 동시에 일어나버렸다. 인풋은 인풋데로 줄어들고, 아웃풋들은 다른 전공 대학원에 들어가고.. 또 그나마 졸업한 우수한 인력들은 해외 기업들이 모셔간다. 한국에서 정말 뛰어난 개발자를 찾기는 점점 힘들게 되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졸업한 개발자- 이제 한 참 경력을 쌓아나가야하는 개발자들 – 는 정말 적다.
IT 기업에게는 개발자 리크루팅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IT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에서 나오고 그 제품은 개발자가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발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좋은 시대가 왔다. 자신의 실력만 있으면 해외취업도 가능하고 또한 국내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 과거 몇년전보다는 )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아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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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현재 아주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이신 정현환님이 도움 주셨습니다. 기억,추측등을 섞어서 쓰다보니 틀린 내용들이 있었네요.
* Updated : Mark Zuckerberg 도 2002년에 잠깐 Topcoder 에 참여했었다. Rating 은 1044로 높은 편은 아니다.
* Updated2: 개발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 잘 알려져 있는 ) 그 문제에 대해 다루기 보다는 한국의 개발자가 줄어들만한 현상이 생겼음을 전달하고 싶었다.